책 리뷰/교양

나의 미친 페미니스트 여자친구 편안한 후기

죠스. 2019. 10. 18. 04:56

(대충 이렇게 생긴 책이라는 설명)

 

뭐 짜피 나는 필력이 개쩌니까 그림자료는 필요없다.

 

읽을 일이 좀 있어서 읽게 되었다.

사실 읽을 만 한 일이 없었으면 안 읽었을거다.

 

왜 그, 페미니스트를 주제로 소설을 쓰는 작가들은 웬지 허접한 필력을 가지곤

세태에 영합하는 얍삽한 재주만 뛰어난 장사치들일 거란 편견이 내겐 있기 때문이다.

 

화제의 82년생 김지영 때문에 생긴 편견이다.

특히나 직전에 한강 작가의 작품들과 매번 다시 읽는 박민규 작가의 단편선 들을 보고

잡았던 82년생 김지영의 필력이 너무나도 처참했었기 때문이다.

주인공의 절망이 정신병리로 이어지는 구조는 한강의 그것을 떼와 열화시켜놓은 수준이었고

문장은 두 말할 가치도 없었다.

 

세태와 영합을 잘 한 소설이구나. 뭐 귀여니도 많이 팔리긴 했었으니까.

시대와 공감하는 예술이니 인정은 인정. 하지만 난 읽기 싫다. 

딱 그정도의 인상이었기에 이후에 페미니즘 소설에 영 관심이 끊겨버렸다.

 

이 소설은 초반부를 넘기자 그나마 괜찮았다.

 

초중반부에 그렇게나 거슬렸던 부분은 남자 주인공이 도무지 인간 같지가 않았기 때문이다.

 

우선, 이거 너무 당연한건데...

 

일부 여성들이 결혼에 대한 환상을 최근에 깬 반면,

남자들은 아예 결혼에 대한 환상을 가진적 조차 없다.

 

그냥 아주 정통적인 기믹 중 하나다.

결혼 적령기의 몇년이나 사귄 남녀 커플 이야기에서,

결혼이 싫다며 도망가는 캐릭터는 거진 남자다.

 

데이트를 하고, 섹스를 하고, 슬슬 미래를 그릴 시기가 되면 귀신 같이 내빼는 것도 남자다.

 

실제 사례로, 난 30대 남자들 위주로 있는 톡방에도 있는데,

여기서 결혼 이야기가 나온것은 무려 5년 여 만에, 그마저도 톡방 멤버 중 하나가

결혼을 실제로 하게 되어서 나온게 전부다.

게다가 결혼하게된 그 사람은 말 그대로 도살장 끌려가는 표정이다.

 

오해하지 마라. 

결혼을 좋아한다/싫어한다 를 떠나서 남자들은 보통 결혼에 정말로 아예 관심이 없다.

여자들은 이 사실을 좀체 믿지를 못하는거 같다.

남자들이 비혼주의를 선언하지 않는 이유는 단 하나다.

비혼에도 결혼만큼이나 관심이 없어서다.

 

아예 관심없는 주제가 있는데 그것을 안하는 것에 대한 이야기를 뭣하러 하겠나?

진짜로 그걸 안한단 생각을 못 할 정도로도 관심이 없는데.

반대로 말 하면 결혼을 안 한다는 비혼주의를 떠올리는 것도, 사실은 어느정도 결혼에 대한 생각이란 걸 하는사람이나 할 수 있다는 소리다.

결혼이란 단어가 아예 뇌에 없으면 불가능한 발상이다.

남자들은 대게 그렇다.

 

그런데 여자들은 자신들이 여혐세상 속에서

굉장히 아름답게 미화된 결혼에 세뇌교육을 받고 자라서인지,

남자들도 마찬가지 일거라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것 같다.

아니다. 진짜로 1도 없다.

예전부터 없었고 지금도 없으며, 미래사회가 다가와도 없을 것이다.

남자가 결혼식에 입을 턱시도 구경하며 설레여 하는 걸 본적이나 있는가?

 

 

그런데 이 소설 속 남자 주인공은 희한하게도 결혼에 엄청 목말라있다.

30대 초반인 주제에 결혼이 하고싶어서 소개팅을 줄줄이 하고 다니고,

4년만에 만난 여자친구도 보자마자 결혼생각부터 한다.

아니 게다가, 이 남자는 보는 여자들마다 살랑살랑 애교를 떨어올 정도로 인기가 좋다.

본문에 잘생겼다는 언급도 은연중에 있다.

이런 사람이 결혼을 하고싶어서 환장을 한다고?

정상적인 이런 상황의 30대 남자라면 무한 원나잇을 하며 어떻게던 결혼을 안 할 궁리만 할 텐데.

혹은 그런 타입이 아닌 초식남이라면 애초에 결혼이 뇌 속에 없어서 그런 궁리를 할 일은 더 없고.

이건 실존하는 30대 남자 캐릭터가 절대로 아니다.

고백하자면 남자들은 친척들에게 결혼에 관련 해 잔소릴 들어도 정신 데미지가 거의 없다. 진짜다. 

데미지나 스트레스도 뭐 좀 관심이 있는걸 가지고 그래야 들어오지, 진짜로 관심이 없으니 잔소리는 잔소리일 뿐이다.

여자들에게 친척들이 롤 티어가 그게 뭐니, 사촌 애는 플레티넘이던데... 이러면 데미지가 오겠는가? 그냥 뜬 구름 잡는 소리지. 마찬가지다.

하간에 이 주인공은 스토리를 굴러가게 만들기 위한 장치로 만들어낸 인위적인 캐릭터란게 너무 뻔히보인다.

30대 초반 남자에 대한 고찰이 너무 없었다.

 

그리고 이 인위적인 장난감 캐릭터는 마치 어린이용 학습 만화 속의 '철수' 역할을 맡기 위해 태어난 듯 군다.

멍청한 소리를 한 번 하고 영희에게 꿀밤맞는 그런 역할. 이거 완전 남혐 아니냥?

 

하간 남자가 읽기엔 지나치게 멍청하고 너무 게이 같으며(결혼을 꿈에 그리다니 세상에...), 검은 옷 입은 여자가 쫓아만 와도 식겁하고 도망갈 정도로 심경도 유약하지만 대구 남자들의 거칠고 빻은 일상에 적응하며 자랐단 마초란 평을 받는 (??) 이상한 주인공 캐릭터만 어느 정도 이해해 주면 크게 이상한 부분은 없다.

 

특히나 다행히도 문장 욕심은 안 부려서 그나마 잘 읽힌다.

못 쓰는 작가가 문장 욕심 부리면 그거만큼 답없어 지는게 없는데,

이 소설은 거의 작가가 웹소설 작가 출신이라 해도 믿을 만큼 '요즘 문체'로 쓰려고 노력 많이 했다.

박수를 보낸다.

 

사실 소설속 등장하는 이야기들이 대부분 인터넷 썰 등에서 많이 본 거라,

새로운 지식이 축척되는 느낌은 없어서 좀 아쉬웠다.

 

그런데 사실, 이건 지식적 이야기만은 아니긴 하다.

 

소설과 같은 서사문학을 읽는 독자들은, 정말로 새로운 '지식' 보단 새로운 '관점'을 보는 일을 훨씬 좋아한다.

 

그런데 책의 후기에도 그렇듯, 이 소설을 쓰는 작가 본인 자체가 페미니즘에 대한 고민이 끝나지 않은것 같았다.

 

해서 이 소설은 무언가 끝맛이 깔끔한 결말을 포함하고 있지 않다.

작가의 관점이 확고하지 않으면 소설은 확고해 질 수 없다.

 

전개 자체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분명히 여자 주인공이 똑같은 선택을 해도, 훨씬 멋있는 연출과 결말로 이끌수도 있었다.

그런데 이것은 일종의, 페미니스트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에 대한 질문의 답과 같은 것이라.

작가가 이것에 대한 답에 확신이 없을 경우 제대로 묘사가 뽑혀나올 수가 없다.

뭐라 설명하기 힘든 창작자의 이상한 심리적인 영역인 것이다.

 

글을 쓰면 진심이 전해진다.

말인 즉 그 장면을 진심으로 좋아해야 좋은 장면이 써진다.

 

그런데 이 작가는 결말 부분의 집필에 있어 무언가를 망설였다.

 

솔직히 후반부 즈음에, 여주가 멍든 자신의 팔을 쓸어 올리며 '내가 감당할 부분이니까.' 

라고 말 할때는 내 비록 남자지만 여주가 넘 멋있어서 감탄했는데 말이다.

 

흐지부지한 느낌의 결말이라 아쉬웠다.

인생은 흐지부지하지만, 서사 문학의 결말이 흐지부지할 필요는 없는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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